트레일 러닝을 직접 뛰고 배운 것들|보급부터 다운힐, 훈련까지

트레일 러닝을 직접 뛰어보니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물을 잘 챙겨야 한다.”

“보급을 잘해야 한다.”

“내리막에서 오버페이스하면 안 된다.”

뛰기 전에도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산에서 몇 시간 동안 직접 뛰면서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제대로 알게 된다.

특히 한번 근육이 털리고 나니 이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전부 힘들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 트레일 러닝을 하면서 내가 직접 느꼈던 것들과 전문가들에게 들었던 조언을 잊어버리기 전에 한번 정리해두려고 한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1. 아침을 대충 먹으면 안 된다

이번에 가장 먼저 느낀 것.

아침을 대충 먹으면 안 된다!!!

트레일 러닝은 일반적인 러닝과 다르게 몇 시간 동안 계속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침부터 제대로 먹지 않고 출발하면 초반에는 괜찮은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이가 나타난다.

대회 중에 에너지젤이나 다른 보급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출발할 때 몸에 어느 정도 에너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다음에는 아침부터 제대로 먹고 출발할 생각이다.


2. 처음부터 물을 가득 들고 갈 필요는 없었다

트레일 러닝에서는 물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출발할 때부터 무조건 물을 최대한 많이 들고 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었다.

물 500ml만 해도 무게가 500g이다.

배낭에 이것저것 넣고 물까지 많이 넣으면 생각보다 무거워진다.

그래서 첫 번째 CP(Check Point)까지 거리와 예상 소요 시간을 계산해서 필요한 만큼 준비하는 것이 괜찮았다.

대신 첫 번째 CP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3. 첫 번째 CP부터는 물을 충분히 채운다

초반에는 몸도 괜찮고 날씨가 선선하다면 생각보다 물을 많이 마시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중반부터다.

시간이 지나고 몸이 지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내가 다음 대회에서도 기억하고 싶은 원칙은 이것이다.

첫 CP 이후부터는 물을 충분하게 채우자.

그리고 또 하나.

무겁다고 물을 버리지 말자.

물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이 정도까지 필요할까?’

‘무거운데 좀 버릴까?’

그런데 산에서는 다음 CP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오르막에서 체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예상보다 기온이 올라갈 수도 있다.

결국 조금 무거운 것보다 필요할 때 물이 없는 상황이 훨씬 곤란하다.

이건 다음에 뛸 때 꼭 기억하려고 한다.


4. 첫 번째 CP부터 영양 보충을 충분히 한다

물만큼 중요하게 느낀 것이 보급이다.

나는 힘들어진 다음 먹는 것보다 힘들어지기 전에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첫 번째 CP에 도착했을 때 아직 몸이 괜찮다고 보급을 대충 하면 안 된다.

아직 괜찮은 게 함정이다.

장거리 트레일 러닝에서는 앞으로 몇 시간을 더 움직여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다음에는 첫 번째 CP부터 먹을 수 있을 때 충분히 영양을 보충하려고 한다.


5. 에너지젤도 결국 ‘효율’을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에게 들었던 조언 중 하나는 지방이 들어 있는 에너지 보급식의 활용이었다.

장거리에서는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음식의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많이 챙기는 것보다 부피와 무게 대비 어느 정도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보급은 개인차가 큰 부분이다.

잘 맞지 않는 제품을 대회 당일 처음 먹었다가 속이 불편해지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보급식을 사용할지는 훈련할 때부터 직접 먹어보면서 나에게 맞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 트레일 러닝 스틱은 생각보다 훨씬 유용했다

이번에 뛰면서 체감이 컸던 장비가 트레일 러닝 스틱이었다. (내가 쓰진 않았지만 옆에 사람 보니..)

특히 오르막에서 차이가 있었다.

스틱을 사용하면 하체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체의 힘까지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조금 덜 힘들면서도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스틱을 가지고 있다고 바로 잘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 펴고 언제 접을지, 경사에 따라 어떻게 짚을지 등을 익혀야 한다.

그래서 대회에서 스틱을 사용할 예정이라면 실제 산에서 미리 충분히 연습해두는 것이 좋겠다.


7. 내리막에서 너무 빨리 달리면 결국 대가를 치른다

이번에 가장 크게 배운 부분 중 하나다.

다운힐에서 신나게 달린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처음에는 내리막에서 속도가 잘 나온다.

오르막에서 느리게 움직이다가 내리막이 나오면 갑자기 속도를 낼 수 있으니 기분도 좋아진다.

그런데 너무 빠르게 내려가면 계속해서 하체가 충격을 받아낸다.

결국 어느 순간 근육이 털린다.

그리고 정말 힘든 건 그다음부터다.


8. 근육이 한번 털리면 그 이후가 계속 힘들어진다

이게 장거리 트레일 러닝에서 무서운 부분이었다.

한 구간을 빠르게 가는 것만 생각하면 다운힐에서 최대한 속도를 내는 게 좋아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퇴사두근을 비롯한 하체 근육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이후 구간에서 문제가 생긴다.

다시 오르막을 만나도 힘들고,

다음 내리막도 힘들고,

평지에서도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트레일 러닝에서는 지금 5분 빠르게 가는 것보다 몇 시간 뒤에도 움직일 수 있는 다리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9. 다운힐은 오히려 회복 구간으로 생각한다

전문가에게 들은 조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내리막에서 빨리 가는 게 아무 소용 없다.”

물론 기록을 다투는 선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나처럼 긴 거리를 완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와닿았다.

오르막에서는 심박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 대신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무작정 높이는 것보다 심박수를 낮추고 몸을 회복시키는 구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오르막에서 올라간 심박수를 내리막에서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로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다음 훈련에서는 이 부분을 의식하면서 뛰어볼 생각이다.


10. 다운힐 착지도 연습해야 한다

다운힐은 그냥 잘 내려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것도 기술이었다.

내리막에서 착지할 때 특정 부위에만 계속 충격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들었던 조언은 발바닥 전체가 자연스럽게 지면에 닿도록 하고, 착지 충격이 특정 부위에만 몰리지 않도록 몸 전체로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특히 충격을 무릎이나 대퇴사두근만으로 받아내지 않고 엉덩이까지 골고루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다.

결국 다운힐도 체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착지와 움직임을 연습해야 하는 기술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 장요근, 대퇴사두근, 엉덩이를 훈련하자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보강해야겠다고 느낀 부위도 명확해졌다.

장요근, 대퇴사두근, 엉덩이.

특히 트레일 러닝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 때문에 평지 러닝만으로 준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단순히 달리는 거리만 늘리는 것보다 하체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에 필요한 근육을 따로 준비해야겠다.

다음 훈련 계획에는 이 세 부위의 보강 운동을 꼭 넣어볼 생각이다.


12. 트레일 러닝 훈련은 ‘거리’보다 ‘시간’

그리고 김지섭 선수의 조언 중 기억해두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훈련할 때 거리가 아니라 시간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일반 러닝에서는 흔히

“오늘 10km 뛰었다.”

“이번 주에 30km 뛰었다.”

이런 식으로 거리를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레일 러닝을 해보니 같은 10km라도 전혀 같은 10km가 아니다.

평지 10km와 산에서 누적 상승고도가 있는 10km는 소요되는 시간부터 다르다.

그래서 장거리 트레일 러닝을 준비할 때는 단순히 몇 km를 뛰었는지보다 내 몸이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 움직이는 것에 적응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이해했다.

앞으로 나도 트레일 러닝 훈련을 계획할 때 거리뿐 아니라 운동 시간 자체를 중요한 기준으로 잡아볼 생각이다.


13. 물품검사는 생각보다 철저하다

그리고 대회 준비에서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것.

필수 장비는 그냥 다 챙기자.

물품검사를 생각보다 꼼꼼하게 한다.

“이건 없어도 되겠지?”

“설마 이것까지 확인하겠어?”

라고 생각하면서 필수 장비를 빼놓는 건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대회마다 필수 장비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에 주최 측의 최신 규정을 확인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몇 g 줄이려고 필수 물품을 빼는 것보다 그냥 제대로 준비하고 마음 편하게 출발하는 게 낫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산에서 한참 힘들게 올라가다 보면 별생각이 다 든다.

‘왜 이렇게 힘들지?’

‘나만 이렇게 힘든가?’

앞에 있는 사람은 잘 가는 것 같고, 뒤에서 오는 사람도 멀쩡해 보인다.

그런데 계속 뛰어보니까 알겠다.

다들 힘들다. ㅋㅋ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오르막에서는 다들 힘들고, 후반으로 갈수록 다리도 무거워진다.

그래서 힘든 순간이 왔을 때

‘오늘 컨디션이 왜 이렇지?’

라고 생각하기보다,

‘원래 여기쯤 오면 힘든 거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꽤 도움이 됐다.


다음 트레일 러닝에서 지킬 것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대회에서 지켜야 할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 아침 식사를 대충 하지 않는다.
  • 초반 CP까지 필요한 물의 양을 미리 계산한다.
  • 첫 번째 CP 이후에는 물을 충분히 채운다.
  • 무겁다고 물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 힘들어지기 전에 보급한다.
  • 첫 CP부터 영양 보충을 신경 쓴다.
  • 스틱 사용법을 미리 연습한다. (쓰게 된다면..)
  • 다운힐에서 무작정 속도를 내지 않는다.
  • 내리막을 심박수를 낮추는 회복 구간으로 활용한다.
  • 다운힐 착지와 충격 분산을 연습한다.
  • 장요근, 대퇴사두근, 엉덩이 보강 운동을 한다.
  • 훈련량을 거리뿐 아니라 시간으로도 관리한다.
  • 대회 필수 장비는 빠짐없이 챙긴다.

다음 대회 전에 이 부분은 나부터 다시 읽어봐야겠다.


직접 뛰어보니 트레일 러닝은 ‘운영’이 중요했다

이번에 트레일 러닝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단순히 달리기를 잘한다고 끝나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르막을 얼마나 잘 올라가느냐도 중요하고 내리막을 얼마나 잘 내려오느냐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물을 얼마나 가지고 갈 것인지, 언제 보급할 것인지, 어느 구간에서 속도를 낼 것인지, 어느 구간에서 회복할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결국 긴 트레일 러닝에서는 체력 + 기술 + 보급 + 장비 + 페이스 운영이 전부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이번에 제대로 배운 것은 다운힐이다.

내리막이라고 무조건 빨리 달리는 게 잘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내리막에서 몇 분을 줄이려고 다리를 써버렸다가 이후 몇 시간 동안 고생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빨리 가는 것보다 마지막까지 갈 수 있는 몸을 남겨두는 것.

아마 다음에 트레일 러닝을 할 때 내가 가장 기억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